[바로간다] "2천만 원 내면 팔게요"…간절한 '팬심' 노린 암표
  • 5년 전

◀ 기자 ▶

바로 간다, 문화팀 김미희 기자입니다.

한 인기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표가 온라인에서 1장에 2천만 원까지 호가하는 등 최근 공연계 암표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를 처벌하는 법적 규제가 없다보니 암표 거래는 갈수록 대범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뿐 아니라 공연장 주변까지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실태가 어떤지, 현장에 가 봤습니다.

◀ 리포트 ▶

인기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콘서트장.

온라인에서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이 주변을 서성입니다.

혹시나 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접근하는 사람들.

[암표상]
"티켓! 티켓! 티켓!"

가격을 묻자 1장에 70만 원을 부릅니다.

정가 11만9천 원으로, 6배나 비싼 가격입니다.

[암표상]
(얼마인데요?)
"이거 90만 원씩 받는데 70만원 만 줘."
(너무 비싸요.)
"지금 저기에서는 90만 원, 1백만 원 씩 팔아."

공연장 주변 암표 거래는 불법입니다.

벌금 20만원 이하 경범죄에 해당됩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버젓이 거래가 이뤄지는데도 단속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심지어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홍콩에서 온 팬은 현장에서 1장에 30만 원을 주고 암표를 샀지만, 가짜였습니다.

[홍콩팬]
"티켓 판매자는 표가 진짜라고 했어요. 그런데 콘서트장에 들어가려고 하니 이 표는 진짜가 아니라고… 나 진짜 상상 못했어요."

이렇다보니 인기 아이돌 그룹의 표는 온라인에서 1장에 수백만 원을 호가합니다.

워너원은 특히 팀 해체 전 마지막 콘서트라는 점 때문에 무대 가장 가까운 자리는 2천만 원까지 부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팬들은 팬심을 악용하는 거라고 분개합니다.

[허은정]
"그게 2천만 원까지 갈 일인가 싶기도 하고..팬들이 아닌 그런 사람들까지 와서 그런 돈을 주고 파는지 모르겠어요."

[워너원 팬]
"(티켓팅을 실패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대부분 구매를 했어요. 속상하기는 한데 그렇게 (웃돈을) 안 붙이고는 못 구하니까…"

최근에는 뮤지컬 등 공연 전반으로 암표 거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보를 자동으로 반복해서 입력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무더기로 표를 확보한 뒤 비싸게 되파는 수법입니다.

암표 문제에 대한 지적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근절 대책이나 처벌 규정은 아직 없습니다.

지난해 온라인 암표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관련법 개정안이 10개나 발의됐지만 계류중이고,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법적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아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문체부 관계자]
"(TF팀 만들어) 관련 기관하고 티켓 판매처들하고도 미팅을 통해서 현황 파악이라던지 향후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들을 조금 하고 있었던… 어쨌든 법안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은 논의가 되는 거니까…"

법적 안정망이 없다 보니 소속사가 공연 전 직접 티켓 예매자의 실명을 확인하거나, 팬들이 나서 암표를 신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지예]
"나름 신고도 열심히하고 그러려고 하는데 저희가 생각 못한 곳에서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정치권에서는 2월 임시 국회에서 처리를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여야대치로 불투명해졌습니다.

MBC뉴스 김미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