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간다] "밥도 물도 없다"…어지러워도 '작업 계속'

  • 6년 전

◀ 기자 ▶

이슈의 현장을 찾아가는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윤수한 기자입니다.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 CJ 옥천 물류센터의 상황을 전해드렸는데요.

사실 거기만 해도 형편이 낫다고 합니다.

같은 물류센터라고 해도 규모가 작은 곳에선 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도 단기 아르바이트로 취업해 직접 일을 해보겠습니다.

통근버스가 따로 없어서 외곽에 있는 물류센터를 알아서 찾아갔습니다.

법대로라면 근로계약서 쓰고 안전교육도 받아야 하는데, 여긴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바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두 명이 한 조로 택배차 화물칸에 들어가 상자를 내려 레일에 올리는 일이었습니다.

꼭대기까지 쌓인 상자를 옮기다 보니, 계속 얼굴이나 몸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악물고 일한 지 한 시간 만에 화물칸 안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고되다 보니, 작업장 여기저기서 탄식과 한숨이 나옵니다.

"아…"

11톤 화물차 한 대 하차 작업을 끝내고 나자, 팔이 떨리고 온 몸에서 땀이 쏟아졌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한 차 까고 나면 완전히 땀범벅이야. 땀범벅."
(어지러워. 어지러워.)

한 시간에 차 한 대씩, 작업 시간이 정해져 있어 힘들어도 쉬엄쉬엄 할 순 없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CCTV 다 있어요. 차 안을 다 비추고 있어요. 하차 시간은 한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요."
(차 하나에?)
"예, 그 시간이 넘어 버리면 사유를 저희가 얘기를 해줘야 해요."

화물차 한 대 끝내고 다음 차 올 때까지 겨우 한숨 돌렸더니 그 틈에도 마대에 담겨서 온 택배를 꺼내 분류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마대가 많이 나오면 쉬는 시간 없이 그냥 털어야 돼요."

한 시간 꼬박 일하면 다음 화물차.

또 한 시간 일하면 다음 화물차였습니다.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나니 오후 3시 반.

화물차 9대 하차 작업에 뒷정리까지 해서 총 8시간 반을 일했습니다.

법적으로 4시간에 30분 씩은 쉬도록 돼 있는데, 정해진 휴식시간이 없었습니다.

쉬지 못하고 한나절 넘게 일을 하다 보니, 손목, 발목 하며 안 아픈 데가 없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힘들어서 만날 병원 가서 침 맞잖아. 팔 아파서.)
"물건을 잡는데 자꾸 (팔이) 내려가더라고."

이렇게 일하고 받은 일당은 6만 5천 원.

돈도 돈이지만 너무 힘들어서 취재만 아니면 도망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반(정도) 까더니 '구토 나온다'고 그러더니 그냥 가버렸어."
(두 명이 딱 보더니 그냥 내 뛰더라고.)
"문을 여는 순간, 차를 보고 도망쳐."

더 기가 막혔던 건 돈이나 노동 강도가 아니라, 비인간적인 처우였습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8시간 반을 일했는데도, 밥 한 끼는 고사하고 과자 부스러기 하나 안 줬습니다.

물류센터에서 밥까지 줄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김밥 한 줄 사먹을 데 없고, 시간도 없다 보니 다들 쫄쫄 굶으며 일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원래부터 밥을 안 줬어요?)
"네 원래부터 없었어요."

[일용직 노동자]
"안 먹다 보니까 습관이 돼요. 그냥 배고프면 자판기 커피 뽑아먹고."

그나마 지금은 낫다고 합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여름엔 물도 맘껏 못 마셨습니다.

지금 이 장면.

물류센터 생수기에 물이 떨어져 안 나오고 물통도 다 텅 비어 있습니다.

물 떨어져서 가져다 달라고 하면 2~3일씩 걸리는 통에 사비로 사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이번에 여름에 물이 없었어요."
(왜 없었어요?)
"한 달에 (생수통이) 40통이 배정이 돼 있어요. 보름이면 다 떨어져요."

지난여름 40도 육박하는 폭염에, 찜통이나 다름없는 화물칸에서 일을 시켜놓고도, 지금 보고 계신 저 낡아빠진 선풍기 몇 대 갖다 준 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선풍기도 저 봐요. 저 망가진 거. 딱 2개. 그나마 이것도. 여기서 일하던 친구 하나가 쓰러져가지고 (가져다 놓은 거예요)."

비인간적인 처우에 화가 난 일부 작업자가 업무를 거부하자 회사에서 간식을 준 적도 있는데, 그것도 딱 한 달뿐이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매일매일은 아니고, 화요일하고 수요일은 바쁘니까 초코파이나 음료수를 주겠다. 그런데 그게 딱 한 달만. 작년 12월까지."

보수는 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