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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 전
“님아, 부대 주변을 떠나지 마오”
軍 위수지역 폐지 방침에 접경지역 반발


“외박 나오면 부대 근처 모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여기 시설은 처참한 수준인데 1박에 최소 8만원에서 10만 원까지 불렀다. 그래도 위수 지역을 벗어날 수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묵었다 ”

강원도 화천에서 과거 군복무를 마친 A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군인의 외출·외박구역 제한(위수지역) 제도와 초급 부사관의 영내대기 제도를 폐지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르기로 했다며 이처럼 밝혔습니다.

국방부는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수용하여 군 내에 관행적인 불합리한 제도를 폐지하거나 인권친화적으로 개선, 군인 인권을 증진시키겠다는 방침입니다.

위수지역 폐지로 유사시 외부에 있는 군인들의 부대 복귀에 시간이 걸려 전투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군인과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이번 발표를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접경지역 상권을 무너뜨려 주민들의 생존권을 박탈해버리는 것"

그러나 화천군 등 강원도 접경지역의 주민들이 위수지역 폐지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접경지역 상인들은 주말만 보고 장사를 하는데 (군인들이) 타 지역으로 다 나가 버리면 PC방이나 음식점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 이봉철 신철원시장 번영회 회장

하지만 여론은 싸늘합니다. 군인들이 그동안 상인들의 ‘바가지 요금’에 당해 왔다는 겁니다. 취재에 응한 접경지역 군 전역자들은 ‘그 동네 가게들이 좋으면 다른 곳에 가겠냐’고 반문합니다.

“모텔이 시설은 처참한 수준인데 1박에 8만~10만 원 ” (화천)
“PC방이 시간당 2천~3천 원. 서울 번화가 PC방도 시간당 1천~1천500원이다” (철원)
“군인 태운 택시는 내릴 때 부르는 게 요금이다” (양구)

최근에는 화천에서 추운 모텔방에 난방을 요구한 군인이 모텔 주인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화천군청 홈페이지에는 재발방지 등 대책을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습니다.

부정적 여론에도 강원도와 해당 지자체들이 위수지역 폐지에 크게 반발하는 건, 지역경제가 군인들의 외출·외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북분단으로 접경지역 대부분은 군사시설보호지역으로 묶여있죠. 이처럼 개발에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위수지역까지 폐지되면 지역상권이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국방부는 지난달 27일, 이같은 우려를 이해한다며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고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위수지역 폐지를 둘러싼 ‘군인 인권’과 ‘지역경제’의 충돌,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김지원 작가·장미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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