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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년 전
"딱 한 문제 틀렸는데 B 학점 받았어요. 실력보다는 실수 안 한 사람이 A를 받는 거죠. 공부했어도 자칫하면 C를 받을 수 있어요" -대학생 박 모(23) 씨

대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해도 낮은 학점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이 이토록 성적에 불만을 갖는 이유는 점수 평가 방식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전공 수업은 상대평가로 진행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평점 2점대의 C 학점을 받게 되죠.


*상대평가: 개인의 학업성과를 다른 학생의 성적과 비교해 집단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로 평가하는 방법.

AㆍB 학점을 줄 수 있는 퍼센트가 각각 30% 내외로 고정돼 있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정해진 비율을 채우지 않거나 B+, B0, B-로 깐깐하게 나눠주는 교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고려하기보다는 AㆍB 비율을 꽉 채워주고 '쁠몰' 해주는 교수를 찾게 됩니다. 치열한 학점 경쟁 속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한 몸부림인 것이죠.

"대학만 가면 원하는 공부 재밌게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전공 수업도 고등학교 때처럼 1점을 더 얻어서 남들보다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한 공부를 하게 돼요" - 대학생 류 모(23) 씨

*쁠몰: 학점을 플러스로 몰아주는 것 (A+,B+,C+ 만 주는 것)

일부 교수들도 상대평가의 폐해에 대해 입을 모았습니다. 한 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도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교수의 과반수 이상이 동의했죠. 자료/ 고대신문 홈페이지

대학 상대평가가 강화된 것은 2000년대부터 '학점 인플레'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교육부가 이에 맞서 2014년도까지 대학평가항목에 '성적 분포의 적절성'을 포함했습니다.

이에 따라 학사관리 규정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고치고, AㆍB학점 비율을 줄이는 대학들이 증가했죠. 하지만 부작용이 대두되자 교육부는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며 2015년에 성적분포 항목을 삭제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은 여전히 상대평가를 고수하고 있는데요.

일부 대학에서만 "학생들에게 학점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의미"로 절대평가를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려대는 2016년도에 67.1%의 수업을 절대평가로 실시했죠. 자료/ 고려대학교

절대평가인 전공 수업을 수강한 대학생 김 모(24) 씨는 달라진 평가방식으로 인해 학생 간 경쟁이 줄고 협동이 도모됐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이 학점 때문에 서로 경계하기보다는 함께 공부해 같이 성적을 잘 받자는 분위기였죠. 상대평가하고는 아예 달랐습니다. 또 불필요한 내용보다는 중요한 내용 위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대학생 김 모(24) 씨

하지만 절대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모든 대학에 일률적으로 절대평가를 시행하면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그 결과 학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교수의 재량을 확대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획일적인 정책보다는 교수의 재량으로 전공과 과목의 특성을 반영한 효율적인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제재도 학교별로 자유롭게 갖춰야 한다" - 대학연구소 임은희 연구원

상대평가 제도 때문에 학점 자체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 점수를 위한 공부보다는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성적 평가 시스템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강혜영 이한나 인턴기자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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