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현장] 폭염에 낮밤 바꿔 수확하거나 포기하거나

  • 6년 전

◀ 앵커 ▶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폭염에 신선 신품 물가가 무섭게 뛰고 있다는 소식, 여러 번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직접 산지에 가보면 값이 오를 만 하구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작물을 조금이라도 멀쩡하게 수확하기 위해 내리쬐는 태양을 피해 밤에만 작업을 하기도 한다는데요.

낮밤이 바뀌어버린 채소밭에 김수산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강원도 태백의 고랭지 배추밭.

멀리서 봐도 민둥산처럼 빈 땅을 드러낸 곳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가까이 가봤습니다.

자동차로 한참을 달려도 멀쩡한 배추를 찾기 힘듭니다.

상태가 좀 나은 곳의 배추도 겉잎만 초록빛일 뿐 연한 속잎은 누렇게 변했고 시커멓게 썩어 문드러진 것도 흔합니다.

[이정만/ 매봉산마을 영농회장]
"저희 배추 농사 50년 만에 (밤 기온이) 올해 30.4도가 최고 신기록을 세웠어요. 저희 마을에. 처음으로 저희들이 물차라든가 다 동원해서 물을 줬어요. 저희들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살리려고…"

낮에는 한산하던 배추밭은 어둠이 찾아오면 바빠집니다.

상태가 좀 나은 배추를 하루라도 빨리 더위에서 구해내려고 머리에 랜턴을 찬 채 밑둥을 쳐냅니다.

"낮에는 축 늘어졌다가 배추가 저녁때 되면은 자기 기운을 찾아서 원래대로 빠닥빠닥해지고 또 맛있게 고소하게 원래 상태로 가죠. 최대한 최고 싱싱한 상태로…"

새벽 3시, 샐러리 농가에서도 출하 작업이 한창입니다.

더위에 약한 샐러리를 수확하려면 기온이 조금이라도 내려가는 밤 시간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박진각/샐러리 농가]
"폭염이 오면 샐러리는 옛날 말로 '꿀통'이라고 속 썩음병이 많이와 올해는 심한 편이에요. 기르기 위해서 아주 물도 많이 주고 이 안에 보면은 호수가 다 들어가 있어요."

낮밤을 바꿔서라도 수확할 물량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경기도 용인의 비닐하우스 농가.

멧돼지가 짓밟아놓고 간 것처럼 엉망인데, 심어놓은 시금치가 마르고 타버려 그야말로 쑥대밭이 돼버린 겁니다.

시금치는 생육 특성상 자라는 동안 물을 자주 주게 되면 모두 녹아서 물을 줄 수 없는데요.

올여름 고온이 지속되면서 폭염에 이 밭의 시금치는 모두 탔습니다.

땅은 쩍쩍 갈라졌고 시금치는 손만 대면 바스라집니다.

[정재우/모현 시설채소연합 회장]
"35도, 36도까지 치솟고, 밤기온이 26도 27도 올라가니까 밤낮으로 온도가 높다 보니까 이런 현상이 더 일어나는 것 같아요. 올해가 심한 편이죠."

인근 청경채 농가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잎에 벌레 먹은 듯 구멍이 뚫리고 시들어 쓸만한 건 예년의 3분의 1도 안 됩니다.

최근 일주일새 전체 채소 가격은 15% 넘게 폭등했습니다.

배추 한 포기에 6천 원, 시금치 한 단에 7천 원, 소비자들의 부담도 부담이지만 폭염에 1년 농사를 망쳐버린 농민들의 마음은 속상하다 못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투데이 현장이었습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