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도 끓는다…대규모 폐사 위기에 양식장 '비상'

  • 6년 전

◀ 앵커 ▶

이렇게 더워도 통상 바다는 시원하기 마련이죠.

하지만 올 여름, 바다도 심상치 않습니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양식 물고기들 폐사가 우려되는데요.

바다가 뜨거워지면 더운 바람이 육지로 불어 와서 폭염이 더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전동혁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충남 서산에서 배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

맑은 날씨가 이어지며 강한 햇볕에 서해의 수온이 빠르게 오르고 있습니다.

이 양식장은 조피볼락, 즉 우럭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일대에서 양식 중인 우럭만 3천3백여만 마리.

수온 상승으로 우럭들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느려지는 등 스트레스 반응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양식장 한켠에는 죽은 우럭 몇 마리가 둥둥 떠 있습니다.

[이경미 박사/국립수산과학원]
"많이 안 움직이려고 하고 있어요. 자기들도 스트레스받으니까."

어민들은 수온이 계속 높아지자 근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2년 전 폭염 때 물고기들이 대규모로 폐사한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합니다.

[배영근 어촌계장/서산시 창리]
"2016년은 거의 전량 폐사 났죠. 하루하루 온도 올라갈 때마다 계속 불안하죠. 옛날 같았으면 6월까지 사료를 먹였는데, 지금 한 4월까지 먹이고 절식도 들어간 상태에요."

수온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직접 측정해 봤습니다.

"4m 더 내릴 거예요. 고기 키우는 m가 4~5m 정도 되거든요."

섭씨 25.1도. 지난주보다 수온이 2도나 올랐습니다.

"25.1도면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받나요?"
"받기 시작하는 온도죠."

물 위로 올라오면 수온이 그보다 더 높아집니다.

서해의 표층 수온은 벌써 26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우럭과 넙치, 강도다리 같은 양식어종은 수온이 25도가 넘을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8도가 넘으면 더 이상 살 수가 없습니다.

[이정용 박사/국립수산과학원]
"특히 28도 이상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되면 대량 폐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공위성이 측정한 서태평양해역의 수온입니다.

붉은색이 예년보다 수온이 높은 해역인데,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온통 고수온 현상입니다.

장마가 일찍 끝나고 폭염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폭염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수온 28도 돌파는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정용 박사]
"기온이 지금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7월 말부터 8월까지는 28도 이상 나타날 것이라고 해서, (대책) 준비 중에 있습니다."

뜨겁게 달아오른 바다는 양식장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육지의 폭염과 열대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주변의 바다가 더워지면, 더 많은 수증기와 열기를 뿜어내 육지의 열기를 부채질합니다.

[우진규 예보분석관/기상청]
"해수 온도가 최근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육상 쪽으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 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대규모 폐사를 막기 위해 수시로 물고기의 혈액과 아가미조직을 채취해 물고기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