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될 때까지? 간호사 울리는 ‘태움’의 비극
  • 6년 전


최근 한 대형병원 간호사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요.

신규 간호사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태움'이라는 관행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지혜 기자입니다.

[리포트]
전직 간호사 김모 씨는 대학병원 취업 3년 만에 일반 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신입 때부터 계속된 선배들의 폭언 때문이었습니다.

[김모 씨 / 전직 간호사]
"'이것 밖에 못 하냐'든지, '네가 얼마나 잘나서 내 말을 안 듣고 네 맘대로 행동해서 나를 욕먹게 하냐'든지."

현직 간호사 서모 씨는 후배의 업무를 가중시켜 괴롭히는 일도 흔하다고 말합니다.

[서모 씨 / 현직 간호사]
"싫어하는 사람이 응급환자를 받으면 혼자 다 하게 둔다든지, 중환자를 신규한테 몰아주는 병동도 있었어요."

신규 간호사에게 이뤄지는 이런 가혹한 처벌과 괴롭힘을, 간호사들은 '태움'이라고 부릅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 담긴 은어입니다.

신규 간호사 교육은 '프리셉터'로 불리는 선배 간호사가 전담하는데, 관행이란 이유로 인권을 침해하는 괴롭힘이나 따돌림이 용인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태움'을 금지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틀 만에 1만 2천여 명이 동의했습니다.

한편 숨진 간호사가 일한 병원 측은 태움이 이뤄진 증거를 못 찾았다고 밝혔습니다.

[병원 관계자]
"태움이 있었다거나 그런 거는 저희가 없는 걸로 파악을 하고 있어요."

경찰도 숨진 간호사의 동료 등 병원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할 방침입니다.

채널A 뉴스 박지혜입니다.

박지혜 기자 sophia@donga.com
영상취재 : 황인석
영상편집 : 장세례
그래픽 : 박진수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