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 더위에 …현실이 된 대구산 바나나

  • 8년 전
대프리카의 계절이 왔습니다.

대프리카는 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신조어인데요.

대프리카에서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뜨거울 대로 뜨거워진 아스팔트 위에 날계란을 올리니 계란 후라이가 뚝딱 만들어지구요.

심지어 공사장 칼라콘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립니다.

올해 대프리카에서도 전설적인 일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대구 주택가에서 열대과일인 바나나가 열렸는데요.

비록 아직은 손가락 정도의 작은 크기이긴 하지만 잘만 하면 이번 여름에 맛을 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대구산 바나나'가 이젠 우스갯소리가 아닙니다.

배유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층 주택 마당 한 켠에서 연두빛 활엽을 뽐내는 나무 한 그루.

커다란 꽃 봉오리에 손가락 크기의 바나나가 수십 개가 달렸습니다.

[김범주 / 대구 동구]
"앞집에 있다보니 신기해서 자꾸 지나가면서 보게 되고… 이왕 저렇게 크고 있으니 잘 커서 맛있게 열렸으면 좋겠어요."

[배유미 기자]
"지난해만 해도 9월에 잠시 꽃망울이 맺혔던 바나나 나무입니다.

대구 도심 주택 마당으로 이식한 뒤 이렇게 6월 초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 것은 처음입니다."

[김덕규 / 바나나 나무 주인]
"보통 9월에서 10월쯤에 한 번씩 피기는 했는데 겨울오기 전에 다 죽어버리니까 한 번도 따 먹어 본 적은 없습니다."

[조재욱 / 경북도 농업기술원 연구사]
"지금 5월 말에서 6월에 꽃이 피면 생육기간이 90~100일 사이 올 겨울 가기 전에 수확이 가능하고…"

바나나 성장에 가장 좋은 기온은 27도.

때이른 더위가 찾아온 올해 5월에는 대구지역 낮 최고 기온이 30도 이상인 날이 지난해보다 두 배 많아 바나나 개화가 빨라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같은 날씨가 해마다 이어진다면 특별한 재배 시설 없이도 대구지역에서 바나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한반도 기온이 올라가면서 열대 과일의 재배 한계선이 북상하고 있습니다.

채널A뉴스 배유미입니다.

배유미기자 yum@donga.com
영상취재 : 김건영
영상편집 : 강 민
그래픽 : 조한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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