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붙잡고 ‘태극기 설교’…불안한 등하굣길

  • 8년 전
대통령 파면 불똥이 엉뚱하게도 어린 학생들에게 튀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집앞 시위가 무섭다며 먼 길을 돌아서 다니고 있는 건데요,

삼릉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불안한 등하굣길을 김지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침 8시가 지나자 삼릉초등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등교를 시작합니다.

[김지환 기자]
"초등학생 절반정도는 원래 박 전 대통령의 사저 쪽에 있는 후문으로 등하교를 하는데요. 그러나 앞에서 친박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벌이기 시작하면서 전교생이 150m가량 떨어진 정문으로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무서워하는 자녀들을 위해 통학지도를 해주는 학부모가 기존 10명에서 15명으로 늘었습니다.

[삼릉초교 녹색어머니회]
"아이가 통학차 기다리고 있는데 살짝 쳐다보니까 '뭘 보냐?'고 하시는 분도 있고 아이들 제일 많이 다니는 편의점에서 술 드시는 분들도 많고… "

[삼릉초교 학부모]
"(아이한테) 설교하시는 분도 계시고… 태극기 배지를 나눠주시는 분도 계시고… "

시위대를 피해서 다니다 보니 등하교 시간은 당연히 늘어났습니다.

[김지환 기자]
"근처 아파트단지에 사는 학생들은 이 아파트 후문을 통해 빙 돌아서 등교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얼마나 걸리는지 제가 직접 걸어가 보겠습니다."

평소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가 빙 돌아가자 성인 남성 걸음으로 5분가량 걸렸습니다.

집회시위법은 학교 주변 집회가 학습권을 침해하면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해놓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뒷짐만 지고 있자 결국 엄마들이 직접 나섰습니다.

총회를 열어 집회를 막아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한 것.

[삼릉초 학부모]
"초등학교인데 아이들이 어린데 배려가 없다… 성숙하게 처신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

어른들의 무분별한 집회가 아이들의 학교가는 길까지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지환입니다.

영상취재: 김용우
영상편집: 김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