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취객 폭행에 숨진 소방관…"위험직무 아니면 뭔가"

  • 5년 전

◀ 앵커 ▶

지난해 구급 활동을 하다 취객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여성 소방관에게 정부가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해주지 않아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동료 소방관들은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소수의견, 김민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4월 2일, 술에 취해 응급실로 후송 중이던 한 남성이 구급대원에게 욕설을 퍼붓습니다.

"경찰 불러 ***아"
(병원에 안 가실 거예요?)
"경찰 부르면 되지!"

병원에 도착해서도 폭언은 끝나지 않습니다.

"손 놔, ***아. 죽여버린다. ** 어린*의 **들이"

급기야 폭행으로 이어졌고, 51살 강연희 소방관은 얼굴과 머리를 맞았습니다.

(가만히 계세요!)
"네 까짓 게 뭔데 ***아 때려 죽여버린다"

그날 이후 불면증과 어지럼증, 경련 등의 증세를 보이던 강 소방관은 한 달여 뒤, 뇌출혈로 숨졌습니다.

[박준우/동료 소방관]
"성희롱적인 말을 많이 하고 차마 입으로 담을 수 없는 말을 많이 했거든요. 부모님 욕도 하고"

주 65시간이 넘는 장시간 업무, 폭언과 폭행 사건 등을 겪으며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것이라는 게 당시 대한의사협회 소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유족은 인사혁신처로부터 참담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강 소방관의 죽음이 순직은 맞지만 위험한 업무를 하다가 숨진, 위험직무순직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술취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것과 강 소방관의 죽음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보상심의위원회는 판단했습니다.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은 분노했고 오늘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최태성/故 강연희 소방관 남편]
"현장 업무하는 대원들의 실정을 너무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참담하고요. 지금까지 힘들고 마음 아프게 지내면서 참고 기다려왔는데 더 힘들어지네요."

현장에서 흘린 소방관들의 피와 땀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의미로 '피_더 펜'으로 구호를 정한 동료소방관들,

[고진영/동료 소방관]
"인사혁신처의 이러한 판단은 그동안 현장에서 소방공무원들이 쌓아올린 피와 땀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잘 아는 소방관 출신이 위원회에 한 명도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합니다.

[정은애/동료 소방관]
"공무원재해보상법에는 그야말로 책상에 앉아서 생각하는 그런 분들이 전문가만 있지, 현장 전문가가 없습니다."

강 소방관의 유족은 오늘 재심을 청구했고, 두 달뒤 그 결과가 나옵니다.

지난 5년 동안 구급 대원들이 취객 등에 폭행당한 사건은 천 건이 넘습니다.

지금까지 소수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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