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사태' 100여 일…여전히 무방비

  • 6년 전

◀ 앵커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통해 간단한 기술만으로 네이버의 기술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댓글을 조작하는 방법들을 직접 실험해봤는데요.

지금도 여전히 아주 쉽게 댓글을 조작할 수 있었습니다.

박진준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댓글조작의 핵심은 아이디를 많이 확보하는 겁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아이디를 얻는 방법은 크게 3가지.

먼저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아이디를 만들어 봤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름과 이메일을 요구했는데, 이름은 아무거나 쓰고, 이메일도 본인 이메일이 아니라 시중에서 구한 1회용 이메일로 충분했습니다.

1분 만에 주인 없는 '유령 아이디' 가 생겼습니다.

트위터는 페이스북보다 더 간단해 이름과 이메일을 허위로 넣어도 바로 아이디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만든 아이디로 포털에 직접 댓글을 달아봤더니 아무런 문제 없이 글이 올라갔습니다.

[김한울/보안 전문가]
"너무 쉽게 많이 만들 수 있고, 무한대로 만들어서 댓글을 무한대로 만들 수 있고 조회수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입니다."

아이디 하나당 댓글 3개와 공감 50개.

그러니까 아이디를 100개만 확보하면 300개의 댓글과 5천 개의 공감 표시를 집중적으로 달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불법 아이디를 구매하는 겁니다.

아이디를 판매한다는 사람에게 SNS로 문의했습니다.

판매자는 75만 원만 주면 하루에 10만 개의 사용 가능한 유령 아이디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포털의 카페에 가입해 해킹 프로그램으로 카페 회원들의 아이디를 훔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 원하는 기사에 댓글이나 공감을 다는 겁니다.

아이디를 확보한 뒤에는 IP 주소를 바꿔야 합니다.

동일한 곳이나 동일한 사이트에서 많은 댓글을 올리면 포털이 이상하게 여겨 차단하기 때문입니다.

IP 주소 바꾸기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비행기 모드를 켰다가 끄면, IP 주소가 기존 주소에서 새 주소로 바뀌는 게 확인됩니다.

아이디를 확보한 뒤 이 과정을 자동으로 실행해 주는 것이 매크로 즉 자동반복프로그램입니다.

본사 인터넷 뉴스에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을 달아봤습니다.

순식간에 'like', 영어로 '좋아요'라는 댓글을 30개나 달았고, 30번 넘는 공감수를 올렸습니다.

포털에서도 똑같은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임종인 교수/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매크로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시간이라든지 다양한 변수들을 다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네이버가 내놓은 댓글 회수라든지 시간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다 피해 나갈 수 있습니다."

댓글조작이 문제인 이유는 여론왜곡 가능성 때문입니다.

포털의 댓글 영향력 평가를 위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5% 이상이 댓글을 통해 여론을 짐작한다고 답했습니다.

[성동규 교수/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많은 네티즌들은 기사를 보기보다는 댓글을 먼저 읽고 기사 내용을 파악한다고 얘기까지 합니다. 그럴 정도로 댓글의 영향력은 높아지기 때문에 여론 조작도 가능한 것이고요."

네이버는 이처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댓글이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현재까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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